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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5 07:10 , 박건우

10만 원짜리 물건에 10만 원어치 기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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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짜리 물건에 10만 원어치 기대하기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화를 낸다는 것은 기대한 대로 상황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기대가 없으면 화낼 일도 없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아무런 기대 없이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때그때 챙겨주어야 하는 몸이 있는 한 무소유가 어렵듯이,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도 좀 더 나은 것을 추구하게끔 되어있다. 그런 까닭에 과도한 기대는 제어할 필요가 있다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과도하고 어디까지가 합당한지는 가르기가 어렵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해서다.

 

  적당한 기준이란 게 무엇인가 하고 고심하던 차에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주례사를 듣다가 ‘맞아, 맞아!’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주례를 맡은 사람은 신랑의 스승으로 경영학 교수라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싸우지 않으려면 상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령, 10만 원짜리 물건을 샀으면 10만 원어치가량만 기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이상으로 100만 원어치의 성능을 기대하니 티격태격 싸우지 않겠습니까? ….”

  누가 경영학 교수 아니랄까 봐 그런 식으로 비유하는가 싶으면서도 피부에 와 닿도록 말하는 재치에 재미있어했다. 너나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돈에 빗대어 말하니 귀에 쏙쏙 들어왔던 것이다.

 

  엊그제도 남편이 너무 둔감하다며 아내가 짜증을 많이 내어 심심치 않게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를 상담하였다. 상담 도중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 수준 대로 대상을 만나게 마련인데, 뒤늦게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는지….”

  이러한 발언에 나는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닦달하는 아내에게 얼마나 부대꼈으면 그렇게 말하는가 싶어 딱하면서도, 그토록 냉철한 남편의 속내를 과연 그 부인이 알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상담자인 내가 뜨끔할 지경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어도 그는 아내 또한 자기 못지않게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원래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는 당달봉사이고 상대의 허물은 잘 보게 마련이라지만, 똥 묻은 개나 재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도 대개의 사람이 그런 오류를 범한다. 바로 여기에서 개개인의 그릇 차이가 벌어지는 게 아닐까 한다. 상대가 흡족하지 않을 때 상대를 탓하느냐, 아니면 상대방이 불만스러워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개선에 힘쓰느냐에 따라 각자의 무게가 갈리는 것 같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성숙한 사람일수록 상대에게 할 말이 없다고 한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쪽에서 소화해버리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란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이쪽에서 감화를 주면 상대도 미안해서라도 개선을 향해 발돋움하려 드는 변화를 보인다.

  그러고 보면 불만을 터트리는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그릇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감의 부재로 어딘가 의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면 그만큼 상대가 더 잘하기를 기대하며 불평불만을 일삼을 것이다. 반면에 자신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기대는 게 적어 결정적인 실책이 아니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사람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존재다. 그러기에 상대가 변화하기를 싸워가면서 기대하기보다는 차라리 자기가 먼저 소화력을 기르는 게 훨씬 속 편하고 빠를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죽어야 변화하지, 살아있는 동안에는 굳어질 대로 굳어진 틀을 깨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소개한 주례사처럼 10만 원짜리 물건을 사놓고 100만 원어치의 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불편한 게 있어 한두 번 말해도 시정되지 않으면, 사실 더 말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부터 그 정도의 그릇이거나 아니면 어떤 응어리에 가로막혀 있어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도록 자신의 그릇을 키우는 게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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